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의 다른 명칭에 대해 소방방재 분야에서는 통상적으로 급기가압제연설비라고 부른다. 제연설비는 글자 그대로 연기를 제어하는 설비의 뜻을 갖고 있다. 물론 제어 대상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건물의 화재 시에 생성되어 주위 공간으로 확산되어나가는 연기이다.
건물의 화재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 크던 작던 거실과 같은 구획된 장소에서 발생하며, 연기는 불로 인한 고열을 함유하고 있어 천장 쪽으로 맹렬히 떠올라 천장에 부딪침과 동시 주위의 사방으로 급속히 흘러가는 이른 바, 천장급류(天障
急流, Ceiling jet flow)에 의한 유동성 연층(Smoke layer)의 형상을 이루면서 그 지배영역을 넓혀간다. 그 진행과정에서 연기는 냉각과 더불어 아래로도 하강하면서 연층의 영역이 넓어지기도 한다. 물론 구획된 화재장소에서 플래시오버(Flashover)가 일어나면, 그 장소의 연기는 당해 장소의 전 공간을 지배하면서 진압을 위한 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인접 장소로 영역을 확대하거나, 화열 및 연기가 유동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적 경로가 있는 경우에는 화재 발생 장소와는 다소 떨어진 장소로도 화재도약(火災跳躍, Fire jumping)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연기의 총체적인 유동은 연기의 주성분들이 열기류에 분산·편승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그 유동특성은 사실상 열기류의 유체유동과 같은 맥락을 갖게 된다. 유체유동의 특성을 지배하는 가장 주된 요소는 압력과 지구의
중력이지만, 중력은 연기가 유동하는 모든 지점에 공평하게 작용하므로, 연기의 수평이동의 실질적인 동력인자는 압력이라고 할 수 있다.배관속의 물 흐름이 결국은 물의 압력차에 의해 진행되는 것처럼, 연기의 유동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연기는 밀도가 매우 작다. 그것도 고열을 함유하기 때문에 열팽창으로 인해 상온의 공기 밀도보다 작다. 즉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의 중력에 의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공기는 내려가고 가벼운 연기는 올라가는 자리바꿈의 현상이 일어나지만,
이는 곧 중력에 의해 압력(기압)의 차이가 유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열기류의 상하 관계에 있어서도 그 배경은 압력이다.
게다가 화재층은 화재 장소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로 인해 당해 장소의 공기가 열팽창함으로써 그 장소의 기압이 상승하게 되고, 그것은 인접 장소에도 조금씩 연쇄적인 기압상승을 유발한다. 건물은 어느 층이든 드러나지 아니한 수많은
틈새가 존재하므로, 이들 틈새를 통한 공기의 누설로 인해 화재 층의 기압 상승이 지나치게 현저해지지는 않는다. 화재상황과 건물의 상태조건이 건물마다 천차만별이므로 일률적인 일정한 기압이 나타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껏해야 수
파스칼(Pascal<Pa>) 내지 수십 파스칼 정도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상승된 기압만으로도 화재 층의 공기는 보다 기압이 낮은 공간(화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받은 공간)으로 매우 쉽게 흘러갈 수 있다. 밀도가 큰물이 배관 속을 흐를 때의
수압과는 달리, 파스칼 단위로 나타낼 정도의 미압(微壓)만으로도 공기는 쉽게유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와 같은 특성의 공기를 타고 흐르는 연기성분(집합적으로 말해 연기 그 자체)이 전용의 피난경로가 되는 특별피난계단(부속실 포함) 및 비상용승강기의 승강장 속으로 침투해 들어와 이들 장소가 오염되면, 당해 건물의 인명피난은
사실상 포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대량 인원의 불특정 다수인이 머무는 고층 또는 대형건물의 경우에는 특별피난계단 속에 많은 피난자가 집결하여 지상으로 향하는 군중의 흐름(Crowd flow) 속도가 정체될 수도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계단실이 연기로 오염되면 인명 사상(死傷)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피난경로의 연기오염 방지는 건물화재에 대처하는 방재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요소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하는 중요성을 갖는다.
피난경로에 대한 연기오염의 방지방법으로 국내외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것이 피난경로에 대해 옥외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피난경로의 기압을 화열로 인해 기압의 상승이 유발되는 옥내보다 높게 함으로써 피난경로에 대한 연기의 침투를
방지하는 것, 즉 급기가압 제연설비를 설치, 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에 대한 연구의 발단은 오래전에 영국의 Fire Research Center(FRS)에서 시작되었고, 누적된 연구결과를 분석하여 이 연구소에서 체계적으로 정립한 데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공기 속의 위험요소가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급기가압의 발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독일은 전쟁 당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추진하였던 독가스의 개발과, 미생물 전(戰)에 사용할 세균의 개발 및 배양과 관련하여, 관련 연구소의 건물 내에 있는 독가스의 제조 및 보관,세균의 배양 및 보관을 위한 장소에서 이런 유독성 물질이나 미생물의 우발적인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이들 위험물이 당해 장소 이외의 장소로 퍼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장소의 출입 시 별도의 인접 실을 경유토록 하고, 당해 경유 실에 대해 급기가압설비를 설치, 가압함으로써 당해 위험장소와 차압이 형성되게 하고, 당해 위험장소에 대해서는 공기배출시설을 설치하여 누출된 위험물이
섞여 있는 배출공기가 로(爐, Furnace)를 통해 배출되게 함으로써, 배출과정에서 위험물을 태워 없애는 것은 물론, 가압된 경유 실의 틈새를 통해 유입되거나 경유실-위험장소 출입문의 일시 개방으로 위험장소로 유입되는 공기로 인해 경유 실과 당해 위험장소 간의 차압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여 차압이 지속되게 조치하였던 사실에서 힌트를 얻어, 화재 시의 연기에 대한 응용 가능성도 예견하게 됨으로써, FRS에서 많은 실험을 통한 연구의 결과 그 실효성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1978년 영국의 BS(British Standard) 5588의 Part 4에 “Code of practice for Pressurization in Protected Escape Route" 라는 제목의 기술기준이 세계 최초로 발효되었으며, 이후 EN12101 Part 6로 대체되어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 소방시설의 설계, 시공, 감리 및 점검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와 방화관리자 등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하였으며, 설비의 안전성 및 신뢰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데 이 해설
서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일러두기 : 본 해설서는 실무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참고도서이므로 다툼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음
'소방법 등 > 화재안전성능기준 및 기술기준 변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결살수설비 (NFSC 503) 화재안전기준해설서 / 2020년도 (0) | 2023.07.05 |
---|---|
연결송수관설비 (NFSC 502) 화재안전기준해설서 / 2020년도 (0) | 2023.07.05 |
제연설비 (NFSC 501) 화재안전기준해설서 / 2020년도 (0) | 2023.07.03 |
소화수조 및 저수조 (NFSC 402) 화재안전기준해설서 / 2020년도 (0) | 2023.07.03 |
상수도소화용수설비 (NFSC 401) 화재안전기준해설서 / 2020년도 (0) | 2023.06.30 |